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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용탁 시인 / 점의 은유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4.

송용탁 시인 / 점의 은유

 

 

시든 꽃도 퇴고하면 나비가 찾아올까

 

꽃처럼 잎술을 떨어뜨리면

결정적인 문장도 걱정을 멈출 것 같아

 

정지를 예감한 사이는 오히려 편안했다

 

탄로 난 점의 위치,

그 안에 핀

하얀 침대 속 가득한 질문들

 

애인은 떨어진 꽃을 말아 피우고

그녀의 구석에서 조화처럼 울고 있는 나

 

내내 걸어온 길이 점의 반지름뿐이라면

우리의 둘레는 몇 개의 밤을 건너 왔나

 

반점이 나비처럼 물들고

남은 반지름을 지우는 지문들

 

대답의 근처에서 그만

날개를 접었다

 

나비는 무덤을 가져본 적도 없이 무덤을 읽고

우린 하얀 침대 위에서 선량했다

 

나비를 끌어당겨 부끄러운 애인의 가슴을 덮어준다

그것은 나의 마지막 환한 영역

 

짧은 문장을 증명하는 몸짓이 밤이었다가

어느 새 검은 보름이 되었다

 

깊이만 남은 점

하나

 

월간 『모던포엠』 2019년 12월호 발표

 

 


 

 

송용탁 시인 / 씽크 홀

- Think hole

 

 

철퍼덕 주저앉은 사람을 보면 함께 비를 맞고 싶다

 

비를 맞으면 나보다 세상이 먼저 위태로워진다 땅이 꺼진다 지반의 근육은 비의 침식을 견디지 못한 걸까 아니면 주저 않는 사람의 하중마저 삼켜버린 걸까 눈물을 허용해 줄래 오늘은 눈물이 오래 머물다 갔으면 좋겠어 주저앉은 것들의 나라엔 웅덩이가 많이 생겼다 대책 없는 침전 앞에 구류된 물들이 바다의 시작이라면 난 너보다 바다를 안고 울래 내가 뒤척일 때마다 첨벙대는 웅덩이들을 본다 썰물이 시작되면 길이 보일 거예요 같은 길은 처음부터 거기 있었죠 사람의 물기는 독해서 내가 미안합니다 양동이를 가져와 봐 공중에 걸린 주저앉은 것들의 숨을 본다 아픈 사람들의 마음에 무채색이

자란다 수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괜찮아

나보다 더 깊은 나라의 숨골

생각이 우비를 입고 서 있어

 

월간 『모던포엠』 2021년 12월호 발표

 

 


 

송용탁 시인

1977년 부산에서 출생. 국립창원대학교 국어교육전공 석사 졸업. 202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되어 등단. 현제 <문학동인 VOLUME> 회원이며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