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 / 인간 복제
한때는 꽃이 화들짝 피어나는 것이 신비였네 뜰 앞의 꽃들이 우수수 한꺼번에 지는 것이 경이로웠네 만월 두둥실 떠오르는 것이 별똥별 후두둑 떨어지는 것이
꽃이 피면 우주가 열리고 꽃이 지면 우주가 닫힌다고 말한 시인은 이제 무엇을 노래해야 하나 크리스마스이브쯤 태어날 것 같은 '가'가 '나'를 판박이처럼 닮았다는 복제 인간 그 친구에게 물어보고 싶네
- 『나무 앞에서의 기도』(케이엠, 2018)
이승하 시인 / 외길-혜초의 길 45
이 드넓은 데칸고원에 길은 오직 하나 이 적막한 파미르고원에 외길이 외롭게 나 있다
서역의 어느 하늘 아래서 끝나는 동녘의 어느 바다 앞에서 끝나는 길이 없을까 무슨 길이
길에서 내가 깨달은 것들 있다 길을 걸어야지 길동무도 만나고 길로 나서야지 길눈도 밝아지더라 올곧은 길만 길은 아니더라
내 걸음 멈추는 그곳에서 다시 시작할 뿐 지름길도 에움길도 길이기에 길로 이어지고
혜초는 그날도 길이 나 있기에 길로 나섰으리 나도 이 외길이 좋아서 오늘도 길 나선다 내 앞에 길 있기에
시집『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서정시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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