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솔 시인 / 계절을 건너가는 것
눈덩이를 굴리고 있는 나를 보는 너의 두 눈 내가 발 디디고 있는 이곳이 바로 야생이구나 빗소리가 사방에서 조여 오면 금세 비에 갇히고 눈 오는 소리가 멀리 피어날 때 눈에 갇히고 바람이 꼬리를 잘라내고 사라지면 바람에 갇히고 햇빛 퍼지는 소리가 느긋하면 햇빛에 갇히고 우박 소리가 심장에서 들릴 대 우박에 갇히고 창을 칭칭 동여맨 저녁 때문에 안개에 갇히고 갇히지 않고서는 다른 방도가 없는 이치 갇히다 보면 자유로워지기도 하는 순리 세상의 도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우치는 날들 눈사람의 두 눈과 코와 입이 슬쩍 들러붙는 날들
(『열린시학』 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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