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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홍석영 시인 / 나는 지금도 공사 중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10.

홍석영 시인 / 나는 지금도 공사 중

 

 

시도 때도 없이

강과 바다가 갈라지고

땅과 하늘이 쪼개지고

어디에서나 숙명적인 푯말

“공사 중”을 만난다

 

어쩌다 지구의 미아가 되어

우주를 꿈꾸어 보기도 하지만

어찌하면 좋을까?

온통 주변은 공사 중

상처 난 가슴은 우울증으로 골이 깊다

 

그동안 그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여기까지 질주해 왔지만

아직도 나는 공사 중

 

부족한 것 채우고 고치고 만들고 버리고

아직도 복고 소란을 피워보지만

그래도 내 마음의 작업장은 미완성

 

나는 지금도 공사 중

현재 진행형이다

 

(『다층』 2021년 여름호)

 

 


 

 

홍석영 시인 / 내가 돈다, 바람개비처럼

 

 

내가 돌고 네가 돈다

사람들이 돈다

 

땅이 돌고 산이 돈다

강이 돌고 바다가 돈다

 

지구가 돌고 세상이 돈다

태양이 돌고 우주가 돈다

 

온통 돌기만 하는 세상 한복판 중심에

내가 서 있다

 

선풍기가 전원 없이도 그냥 돌아가고

풍차도 세월도 돌아간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내가 돈다, 바람개비처럼

 

 


 

 

홍석영 시인 / 기다려지니까 사랑이다

 

 

개기일식이다

달그림자로 가려진

태양의 가장자리 불꽃이 핀다

일상의 삶이 송두리째 바뀐다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생각을 바꾸고

어느 길이든 거닐다 보면

피톤치드가 솟아나는 길이 열린다

 

저 높은 곳을 향해

마음껏 하늘을 마시면

행복의 길이 걸어 나온다

 

그리움도 애잔한 사랑이요

외로움도 고독한 사랑이라

모두 다 기다려지니까 사랑이다

 

어느 길이든 가거라

너의 길을 향해

 

 


 

홍석영 시인

'문학예술’ 시 부문 당선 등단. (사)한국문인협회 영등포지부 회장 및 서울지회 이사, 영등포예술인총연합회 감사, 미네르바 작가회 회원, (사)국제PEN한국본부 사무총장 및 전무이사 역임. 영등포문인협회 부회장. 제8회 한국문인협회 서울시문학상 등 수상. 시집 <‘바람도 기침을 한다>, <내가 돈다, 바람개비처럼>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