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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태관 시인 / 순간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10.

이태관 시인 / 순간

 

 

그대가 내게 한 아름의

사랑이란 이름에 꽃을 던져 주었을 때

난 들길을 걷고 있었네

그래, 짧지 않은 삶에

간장 고추장 이런 된장까지 다 버무려

한 끼의 식사

한 잔의 커피,

하룻밤은 언제나 누추한

순간이란 걸 알고 있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만남은 허점투성이의 약속일 뿐인데

 

꽃이 터져 오르는 순간

 

난 그대에게

눈길만 주었을 뿐이네

 

바람은 불어 가더군

꽃은 지더군

 

지는 꽃들이 거름 된다는 걸

훗날, 알게 되었네

 

(시작, 2021년 여름호)

 

 


 

이태관 시인

1964년 대전에서 출생. 1990년 《대전일보》신춘문예 당선. 1994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시집으로 『저리도 붉은 기억』(천년의시작, 2003)과 『사이에서 서성이다』 (문학의전당, 2010) 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