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예 시인 / 모퉁이에 새가 산다
시골집에 내려와 짐을 푼다 어제 싸 온 도시가 우루루 쏟아져 나온다
창고 문을 열기 위해 모퉁이에 걸린 거미줄의 기호에 홍채를 맞춘다 문이 열린다
잔디 깎는 요란한 소리를 밀어내는가 풀잎 사이를 사색하던 뱀이 돌아가고 마당은 다시 잔디를 키우는 자세로 뱀을 기다린다
굳이 모퉁이라 불리는 것은 목숨을 끌어안고 홍채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오늘도 이 모퉁이 수국이파리 사이는 새들의 성지
사방이 뻐꾸기 울음으로 가득한데 수천만 번 드나들어 틀었을 저 둥지는 텃새의 소유다
며칠 후 붉은 머리 오목눈이가 부화 되면 새끼가 다섯 마리여야 한다
목숨이 잉태한 날개가 모퉁이의 역사가 되기까지 다시 거미줄에 눈을 맞춰 알 고리즘을 채운다
품었던 알이 뻐꾸기알일 리 없다 불편한 텃새가 엉덩이를 돌리는가
수국이 피다가 휘청한다
(『문학청춘』 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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