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영 시인 / 나는 지금도 공사 중
시도 때도 없이 강과 바다가 갈라지고 땅과 하늘이 쪼개지고 어디에서나 숙명적인 푯말 “공사 중”을 만난다
어쩌다 지구의 미아가 되어 우주를 꿈꾸어 보기도 하지만 어찌하면 좋을까? 온통 주변은 공사 중 상처 난 가슴은 우울증으로 골이 깊다
그동안 그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여기까지 질주해 왔지만 아직도 나는 공사 중
부족한 것 채우고 고치고 만들고 버리고 아직도 복고 소란을 피워보지만 그래도 내 마음의 작업장은 미완성
나는 지금도 공사 중 현재 진행형이다
(『다층』 2021년 여름호)
홍석영 시인 / 내가 돈다, 바람개비처럼
내가 돌고 네가 돈다 사람들이 돈다
땅이 돌고 산이 돈다 강이 돌고 바다가 돈다
지구가 돌고 세상이 돈다 태양이 돌고 우주가 돈다
온통 돌기만 하는 세상 한복판 중심에 내가 서 있다
선풍기가 전원 없이도 그냥 돌아가고 풍차도 세월도 돌아간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내가 돈다, 바람개비처럼
홍석영 시인 / 기다려지니까 사랑이다
개기일식이다 달그림자로 가려진 태양의 가장자리 불꽃이 핀다 일상의 삶이 송두리째 바뀐다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생각을 바꾸고 어느 길이든 거닐다 보면 피톤치드가 솟아나는 길이 열린다
저 높은 곳을 향해 마음껏 하늘을 마시면 행복의 길이 걸어 나온다
그리움도 애잔한 사랑이요 외로움도 고독한 사랑이라 모두 다 기다려지니까 사랑이다
어느 길이든 가거라 너의 길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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