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소 시인 / 이사의 달인
하느님은 이사철도 아닌데 짐을 꾸리라 한다. 너구리 근성이 금싸라기 땅 지구에 붙박이로 눌러앉을까 봐.
어느 해 봄은 오동나무 관값을 올리고 어느 가을은 달동네에 화장터를 들였다.
윤달맞이 안동포 황금수의도 개똥밭 떠나면 그뿐, 등 떠밀려 사는 목숨 세간도 없어요
층간소음 부르고 장맛비에 침수가 대박입니다. 하느님, 달인이 되었으니 복 한 채 지어주세요.
≪시와사람≫ 2020 여름호
정미소 시인 / 산속의 무덤집
문을 열면, 도랑물 소리가 두고 온 아들의 연예인 이야기 소리로 들리고 늦은 밤엔, 남편의 여자가 찾아와 아이 낳겠다 소란 피우지 않아 좋다고 한다.
너는 나 몰래 자궁에 딴 주머니를 찼었구나. 집 자랑을 꼭꼭 눌러 바람개비를 접는다.
산속 무덤집이 바람개비 꽃궁전이 되었다. 나비가 와서 놀자 하면 동침하고 놀아, 뒤통수 맞고 울지 말고,
너 한잔 나 한잔, 주고받는 참이슬 모노드라마속에 산새가 효과음을 넣는다. 신명난 집 자랑이 흐린 낮술을 기막히게 채우고 비워낸다.
<문학저널> 2021.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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