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 시인 / 점묘
하나의 점은 꽃이 피기 위해 시작되지. 첫 번째 꽃이 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점들이 필요할까. 한순간도 쉬지 않고 발생하는 점. 점,
네가 떨어뜨린 꽃잎과
꽃잎이 지녔던 너는 또다시 반복되겠지. 길을 잃은 걸음조차 새로운 의태일 지 몰라, 나뭇잎 모양으로 매달린 새를 봐
몇 개의 점이 갉아먹은 나뭇잎
꽃은 떨어지기 위해 필사적이야. 마치 그 순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맴 돌면서 너를
지탱하고 다시 점이 되려고
원점을 향하지. 하나의 점이 또 하나의 점으로 떼어지고 꽃은 만발해. 꽃에 파묻힌 너를 봐. 상상 속의 너는
스스로 펼쳐지는 씨앗이야
강주 시인 / 오늘은 구슬
아득히 먼 사람을 이야기할 때
나는 눈을 감고 깊은 바다 속으로 나를 빠뜨린다. 굵은 빗줄기가 하나둘 바다에 몸을 꽂기 시작할 때 이것은 언젠가 내가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 같아서
출렁인다. 바닷속에서
모래밭과 바다의 경계를 오랫동안 바라보며 나는 갈팡질팡하는 경계선이 되기도 한다. 파도를 두려워하며
그날의 일기를 찢고
어떤 의미에서 나는 바다에 감염된 것이다. 바다에서 되돌아와 다시 오늘의 일기를 쓸 때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의 한 가운데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다. 바다가 시작이고 바다가 끝인 이야기를 가로지르는
당신은
마을 풍경을 흔들며 굴러가는 구슬을 잃어 버린 것이다. 잠시 멈췄다가 다시 굴러가는 구슬은
위태로운 호흡,
그리고 나는 바다에서 서서히 걸어나올 태양을 기다린다.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이야기의 매듭처럼
오늘은 구슬
-시집 흰 개 옮겨 적기 2020. 달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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