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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한경옥 시인 / 돌팔매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12.

한경옥 시인 / 돌팔매

 

 

능수버들 가지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던

소금쟁이 뒷발질에 채여

허우적거리던 중

물수제비뜨며 날아온

돌에 맞아

산산이 부서져버리고 말았다

 

 


 

 

한경옥 시인 / 오늘

 

 

너와 내게는

꽃도 열매도 아닌,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툇마루에서 시시덕거리는 봄 햇살 같은

 

-말에도 꽃이 핀다면(현대시학)

 

 


 

 

한경옥 시인 / 첫사랑

 

 

입김 솔솔 불어 새순 틔워주고

손 마주 잡아 이끌어주고

눈 마주쳐 얼굴 붉히게 하던 바람.

돌연

홀로 남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마지막 이파리를

세차게 흔들어

차라리

떨궈놓고 돌아선다

 

 


 

 

한경옥 시인 / 친구

 

 

조심히 다뤘다고 해도

알게 모르게

긁히고 부딪쳤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저 혼자 아문

흉터들이 있을 것이다

 

손에 익어

자주 사용하는 냄비

찔끔찔끔 국물이 샌다

 

 


 

한경옥 시인

1956년 충남 공주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졸업. 2013년 시 전문 월간지 《유심》 등단. 시집 <말에도 꽃이 핀다면>. 한국 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