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휘 시인 / 껌
들녘에 날아드는 나는 파랑새다 아버지는 읍내 병원에 가시고 이슬이 마르지 않는 이른 아침 돌아오는 길에 싸리꽃 몇 송이 꺾어온다 질그릇 항아리에 싸리꽃을 꽂아두고 상경하는 고속버스, 하루 종일 담근 김치냄새 고춧가루에 손이 아리고 양파에 눈시리고 버스 안에서 아린 냄새 지우며 씹는 껌 처방전을 들여다보며 아차! 아차! 씹는 껌 차창에 내 눈망울을 올려놓고 갯벌 같은 터미널에는 비라도 쏟아질 것 같은데. 다시 씹는 아버지의 파랑새 아버지의 삼강오륜을 씹고 아버지의 검버섯을 씹고 아버지의 다랑논을 씹고 큰 소리로 짹짹거리며 풋나락 하얀 뜨물을 빤다 매운 김치 드시고 계실 아버지 단물 빠진 아버지의 껌이 조용하다
-시문학 5월호
김병휘 시인 / 상사초
기다리다 기다리다 빨갛게 타버린 꽃 오솔길 옆 창가에 꽃이 되어 피어도 그대 어깨 잎이 되어도 그대를 만날 수 없네 만날 수 없네 그리움은 몇 겁의 겨울로 살아야 다정히 함께 웃음 피는 꽃잎이 될까
기다리다 기다리다 노랗게 녹아내린 잎 도솔천에 쓸려가 구름 되어 흘러도 그대 머릿결 곁에 바람으로 날려도 그대를 만날 수 없네 만날 수 없네 빗물은 얼마나 가슴을 적셔야 햇살 속에 웃음짓는 꽃잎이 될까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수중 시인 / 장대비 단상斷想 외 1편 (0) | 2022.08.14 |
---|---|
허은실 시인 / 삼 척 외 3편 (0) | 2022.08.14 |
서대선 시인 / 비상식량 외 7편 (0) | 2022.08.13 |
김정원 시인(포항) / 봄 빛 외 10편 (0) | 2022.08.13 |
조기현 시인 / 배롱나무 성찬 외 1편 (0) | 2022.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