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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혁수 시인 / 새우의 눈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14.

권혁수 시인 / 새우의 눈

 

 

알고 있니?

순대국집에서 새우젓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릴 때

새우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는 거

 

생각해 보았니?

깍두기 조각과 순대를 허기진 이빨로 잘근잘근 씹는 동안

새우가 두 눈 또렷이 뜨고 꼬리 한번

치지 않았다는 거

 

본적 있니?

너의 푸념과 한탄 일일이 다 들어주고

네가 기어서 빠져나온 도시의 밑바닥 같은 서해 갯벌

짜디짠 소금에 절어

세상 모든 게 다 작아지더라도 결코 작지 않는

마침표 하나

 

상상해 보았니?

네 쓰라린 속 다 들여다 봐주고 그 속

훌훌 다 풀어주고

말똥말똥 다시 돌아가는

먼 바다의 내시경을

 

 


 

 

권혁수 시인 / 보수공사 중

 

 

싸늘하게 맑은 초겨울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다

나는 보수공사 중

온 몸뚱이가 뿌리 없는 나무 등걸 같다

창문엔 커튼이 쳐져 한낮에도 생각이 어둡다

 

커튼을 걷고 안경 유리를 닦아보고 둑이 무너진 뱃살에 지방을 제거하고 얼굴 주름에 보톡스를 주사하고 백발을 파마한 후 염색하고 구멍 난 뼈 마디마디마다 시멘트를 부어본다

 

시멘트가 마르려면 달포가 걸린다

애초 시방서에 누락된 것은 없다

시공이 게으를 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난감하다

 

보수공사는 비가 와도 멈추지 못한다 그러나

언젠가 중단될 것이다 나 모르게

휴식 시간이 너무 길어 완성하지 못한

나의 하루가 비어간다

 

어둠이 하늘을 가려준다

닫힌 창문 틈으로 반달이

보수공사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권혁수 시인

강원도 춘천시 출생. 강원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1981년《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과 2002년 계간 《미네르바》 시로 등단. 시집으로 『빵나무아래』 『얼룩말자전거』가 있음. 서울문화재단 2009 젊은예술가지원 선정. 2010년 현대시인작품상 수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조사실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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