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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바름 시인 / 산에서 보았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15.

정바름 시인 / 산에서 보았다

 

 

봄에는 꽃이 보였고

 

여름엔 숲이 보였다

 

나뭇가지 사이로 가을이 흔들리더니

 

겨울에야 비로소 산이 보였다

 

산길을 걷고 있는 내가 보였다

 

 


 

 

정바름 시인 / 살은 척

 

 

꿈속에서 죽은 친구를 만났다

그간 죽은 척했노라고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노라고 했다

꿈을 깨고서도 한참을

정말 그런 줄 알았다

 

난감한 일을 만나면 나도

그렇게 슬쩍 세상을 비켜갔다

안 그런 척 또는 그런 척

아무도 모를 거라 자위하며

철저히 주변을 속여왔다

나조차 내게 속곤 했다

 

심지어 나는 오랜 세월을

살은 척하고 있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정바름 시인

1964년 충북 영동에서 출생. 1993년 《한국시》로 등단. 시집으로 『사랑은 어둠보다 깊다』 『빛비』가 있음. <협동조합 뮤즈>의 이사장을 역임했고 각종 공연의 해설을 맡고 있다. 현재 큰시, 대전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