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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삼환 시인 / 책갈피를 꽂아 놓고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15.

김삼환 시인 / 책갈피를 꽂아 놓고

 

 

책갈피를 꽂아 놓고 일어서려 하는데

방금 본 구절 하나 무릎 아래 툭! 떨어져

하늘로 사라진 시간을 되새겨 놓고 간다

 

뜰 귀퉁이 자목련이 반쯤 벌다 멈춘 시간

바람도 정원에서 한 바퀴 돌고 간 뒤

그렇게 문장 한 줄이 오롯하게 생각났다

 

봄 산의 뻐꾸기가 드문드문 던지는 소리에

반나절을 졸고 있는 고양이가 흠칫할 때

그리운 추억은 살아 홍모란이 벌고 있다

 

 


 

 

김삼환 시인 / 바루鄙陋하다

 

 

빨랫줄에 누더기 옷 바람이 훑고 가고

냄새나는 구두 한 짝 마른 버짐 피어나니

등허리 가려운 자리 닿는 손이 비루하다

 

솜털이 날아가는 먼지 기둥 뒤로 숨어

눈 흘기며 손짓하는 부끄러운 시간 앞에

한 생이 너덜거리는 문장 또한 비루하다

 

<오늘의 시조> 2022. 제16호

 

 


 

김삼환(金三煥) 시인

1958년 강진에서 출생. 1992년 《한국시조》 신인상 수상 및 1994년 《현대시학》 추천으로 작품활동 시작. 제15회 한국시조작품상 및 제3회 바움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따뜻한 손』 외 5권이 있음, 현재 〈역류〉 동인으로 활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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