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 시인 / 책갈피를 꽂아 놓고
책갈피를 꽂아 놓고 일어서려 하는데 방금 본 구절 하나 무릎 아래 툭! 떨어져 하늘로 사라진 시간을 되새겨 놓고 간다
뜰 귀퉁이 자목련이 반쯤 벌다 멈춘 시간 바람도 정원에서 한 바퀴 돌고 간 뒤 그렇게 문장 한 줄이 오롯하게 생각났다
봄 산의 뻐꾸기가 드문드문 던지는 소리에 반나절을 졸고 있는 고양이가 흠칫할 때 그리운 추억은 살아 홍모란이 벌고 있다
김삼환 시인 / 바루鄙陋하다
빨랫줄에 누더기 옷 바람이 훑고 가고 냄새나는 구두 한 짝 마른 버짐 피어나니 등허리 가려운 자리 닿는 손이 비루하다
솜털이 날아가는 먼지 기둥 뒤로 숨어 눈 흘기며 손짓하는 부끄러운 시간 앞에 한 생이 너덜거리는 문장 또한 비루하다
<오늘의 시조> 2022. 제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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