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 시인 / 사월의 눈들
무등산 새인봉에 눈이 쌓여 있다 지난여름 태풍에 넘어진 소나무 사이사이 피어 있는 진달래의 얼굴 창백하다 그대 두견새 피울음의 꽃이여 외로 필 때 수줍어도 무리 지으면 왜 붉게 출렁이는가 쌓인 눈 속 핏빛 상처 되살아난다 서민들 곰비임비 목숨 끊고 남북 갈등 무장 커져 가는 다산이 눈감은 이 사월의 봄날 하양과 분홍 사이 겨레의 피 흐르는데 너를 쳐다보는 사월의 눈들 애처롭다
김완 시인 / 너덜겅 편지 1
물은 보이지 않고 물소리만 청량한 겨울 너덜겅에서 편지를 쓴다 일만 마리의 물고기가 돌로 변했다는 크고 작은 돌부더기 위에 하얀 눈 쌓여 있다 새들이 눈 위에 새긴 경전들 섣달 된 바람은 알고 있을까 아무도 해독할 수 없는 문자들 드넓은 돌 바다를 바라보며 멀리 떠난 그대의 안부를 묻는다 몸 성히 잘 있는지 꿈은 상하지 않았는지 바위에 내린 이슬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너 덜 강 근처 규봉암의 감로수 그대와 더불어 마실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날마다 출렁이는 생의 바다 그 파도 속에 우주의 이치 담겨 있다 너덜겅 군데군데 숨어 있는 알 수 없는 생각의 깊이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울렁임이 있다 바람 불고 눈 내리는 한겨울 오후 그대에게 가는 길 아득한데 수천만 년 단단한 그리움이 흩어져 크고 작은 돌들로 흘러내리는 곳에서 돌과 나의 눈물소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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