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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봉식 시인 / 직유로 부처 찾기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15.

김봉식 시인 / 직유로 부처 찾기

 

 

 낚시터엔 선승이 많네 부처처럼 처자식 버려두고 저수지를 벽 삼아 동안거에 드시네 깨달음은 담배 몇 갑째 분의 명상에도 말뚝 찌처럼 꿈쩍 않고, 치어稚魚 같은 번뇌들만 화두를 슬쩍슬쩍 건드릴 뿐이네 낚시바늘에 꿰인 지렁이를 부처께 공양하네 선승들, 참선의 시간 지날수록 물음표처럼 꼬부라지네 물음표가 물음표를 캄캄한 마음바닥에 던져 놓고 물음을 기다리네 문득! 법열인 듯 찌가 솟구치네 수면 위에 큰 느낌표 하나 찍네

 

 황급한 챔질에 끌려나온 월척같이 눈부신 부처님, 낚시바늘 끊고 유유히 도망가시네

 

 


 

 

김봉식 시인 / 기수지역

 

 

 초식성의 강물과 육식성의 바닷물이 만나는 경계가 있다 강물을 거슬러 내려온 어린 연어가 제 몸 속 염분의 농도를 가까스로 견디듯, 치사량의 소금이 사람의 지느러미를 날카롭게 벼리는 이 도시에 나는 한동안 머물렀다.

 

 한 모금의 토란국을 마시고 사람들은 새벽의 염전으로 무리지어 출근한다 일몰의 수차가 수평선을 느릿느릿 건너갈 때, 사람들은 비로소 등지느러미를 길게 편다 이마에 돋은 한 웅큼의 소금을 떼어 수제비를 끓이는 배고픈 저녁들.

 

 달의 한 귀퉁이가 강물 속에 잠길 때, 바다는 강물을 범람한다 그때 제 몸의 무거운 부력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아이들은, 먼 심해 속으로 헤엄쳐 간 후 오랫동안 귀가하지 않는다.

 

 나의 지느러미는 이제 무뎌지는 중이다 심해를 건너온 산란기의 눈 먼 연어처럼, 내 몸 속 염분을 천천히 비워내며 강물로 돌아가 누울 것이다. 이 도시의 불치병은 일사병이었으므로 나는 가끔 바다가 그리울 것이다.

 

-계간 {딩아돌하} 2009년 겨울호

 

 


 

김봉식 시인

1966년 부산에서 출생. 부경대학교 무역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무역대학원 졸업. 2007년 《서시》를 통해 등단. 현재 '시산맥'과 '화시' 同人.  반년간誌 『시산맥』 편집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