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시인 / 벌거숭이 기계의 사랑
불타는 고리를 통과하는 사자들의 몸은 늘 젖어있다 막 뽑아낸 뿌리의 근성처럼 그리움이 많은 인간들은 눈을 자주 깜빡거리고 슬픔은 가볍게 손아귀를 통과하는 비누 조각만큼 환한 불빛 더 이상 식물이 자라지 않는 기분입니다 사과는 사과를 방치했던 만큼 사과에게로 간다 공기 중에 칼이 너무 많아 숨 쉬기가 힘들다 그토록 푸르고 아름답던 기계들에게 주목 없이도 아주 특별해지고 싶은 아이들에게 안녕, 그 많던 나의 고아들은 왜 수일이 지나서도 소설이 되지 않는가
박성준 시인 / 수증기
내일 오후, 애인이 떠나면서 선물한 벽지로 그는 도배를 할 것인가 그들은 서로에게 던지는 평서문에 대해 고민을 하는가 선량하다 이악스럽다 해맑게 억세다 삐뚤빼뚤 피가 흐른다? 무슨 말을 시작해야 좋을까 다정한 주름 밖으로 성대를 잘라낸 개처럼 편안하게 웃는 것, 그들에겐 부족한 것은 없는가 목이 마를 때면 송곳으로 방바닥에 애인은 그의 이름을 긁어주곤 하는지 그들은 서로에게 무능해서 착한 사람들 왜 이별은 가벼워지기 위해 뿌리가 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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