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봉 시인 / 개
등 낮추고 꼬리 내린 개, 침 질질 흘리는 개, 막다른 골목에서 이빨 감추고 쓰레기통 옆에서 비 맞는 개,
황홀하게 부서지는 아카시 꽃잎 따먹던 시절의 개, 배고파도 굶고 졸려도 자지 못하는 개,
버석버석 말라가는 개, 사랑하고 싶은 개, 붉은 성기 달렁 대는 개, 이빨 감추고 비루먹 다 살아남을 개,
이낙봉 시인 / 부처와 예수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나네와 내가 이제 이별할 인연이 다 되었네 그려." 껄껄 웃고 홀연히 입적했다는 만공, 낡은 옷이 덕숭산
수덕사에 걸려 있다.
성처녀가 아기를 낳았다고 한다. 눈 먼 자 눈 뜨게 하고 앉은뱅이 걷게 했다고 한다. 처형된 후 3일 만에 부활했다고 한다. 붉은 옷이 서울
하늘에 널려 있다.
나는 매일 커피를 마신다. 담배를 피운다. 변기에 앉는다. 신문을 보면서 배설을 한다. 머리를 감는다. 밥을 먹는다, 이빨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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