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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낙봉 시인 / 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19.

이낙봉 시인 / 개

 

 

등 낮추고 꼬리 내린

개, 침 질질 흘리는

개, 막다른 골목에서 이빨

감추고 쓰레기통 옆에서 비 맞는

개,

 

황홀하게 부서지는 아카시 꽃잎

따먹던 시절의 개,

배고파도 굶고 졸려도

자지 못하는 개,

 

버석버석 말라가는

개, 사랑하고 싶은

개, 붉은 성기 달렁 대는

개, 이빨 감추고 비루먹 다 살아남을

개,

 

 


 

 

이낙봉 시인 / 부처와 예수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나네와 내가 이제 이별할 인연이 다 되었네 그려." 껄껄 웃고 홀연히 입적했다는 만공, 낡은 옷이 덕숭산

 

 수덕사에 걸려 있다.

 

 성처녀가 아기를 낳았다고 한다. 눈 먼 자 눈 뜨게 하고 앉은뱅이 걷게 했다고 한다. 처형된 후 3일 만에 부활했다고 한다. 붉은 옷이 서울

 

 하늘에 널려 있다.

 

 나는 매일 커피를 마신다. 담배를 피운다. 변기에 앉는다. 신문을 보면서 배설을 한다. 머리를 감는다. 밥을 먹는다, 이빨 닦는다.

 

 


 

이낙봉 시인

1956년 춘천에서 출생. 1980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내 아랫도리를 환히 밝히는 달』, 『돌 속의 바다』, 『다시 하얀 방』, 『미안해 서정아』, 『폭설』 등이 있음. 현재 반년간지 '이상'의 발행인과 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