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윤유점 시인 / 선원수첩
바다에서 자란 그대 사모아로 간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연어 떼 무법자 샤치를 밀쳐내며 바다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얼굴을 차갑게 덮치는 물결은 불안정하다 코파 높이만큼 치솟는 그물 참치 떼의 몸부림은 고물로 기울어진다
구름기둥이 몰려오는 스콜에서 해안을 덮치는 파고에 선체는 요동치고 만선을 꿈꾸는 선부의 생은 처절하다 폭풍으로 다가오는 넵투누스가 난폭해지고 힘겹게 버티는 난바다의 선부는 제 목줄을 감는다 갑판 위로 떨어지는 마지막 명령 가늘 수 없는 와이어의 긴장을 끊어 낸다 검은 대륙이 다가가면 수평선은 기울어지고 순간의 두 다리가 튀어 오른다
뭍으로 추방된 뱃사람의 끝없는 항진에 처녀항에서 들뜬 공포는 멈추지 않는다 그대 목발 짚은 바다는 두렵다 사멸의 시간은 긴 꼬리를 남기고 항해를 반납한다 불빛이 내려앉는 밤바다가 고른 숨을 쉬면 당신의 눈동자에는 진눈깨비가 흩날린다
윤유점 시인 / 사모아 해로
바다는 창백한 숨을 몰아쉰다. 뱃전을 넘나드는 파고에 수부들은 생의 얼룩을 찍는다 물보라가 하얗게 일어서고 포식자는 재빠르게 입을 벌린다 스키프가 바다를 향해 튀어 오르면 날카로운 굉음이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어군을 향한 투망은 저항을 끌고 간다 천 킬로미터의 그물은 이백 미터 깊이로 내려앉는다 커다란 원을 따라 돌고 도는 어족들 쏜살같이 흩어지다가 모여든다 교란하는 방향타가 빠르게 수면을 밀면 흩어진 대오는 고기 떼를 수습한다 미로를 유희하는 어망 아래의 상어 떼 조타명령을 내리는 선장의 목소리가 거칠다 선원들의 눈빛이 초조해지는 사이 먹잇감들은 그물 밑에서 술렁인다 제풀에 지친 목줄이 표류하면 스쿨피시는 포위망을 찢는다 어디론가 사라진 멸치 떼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노을 속 항구는 배의 항적을 따라 포말을 추적한다
윤유점 시인 / 죽방렴
들물 날물, 물 보러 간다
창선도와 남해도 사이 좁은 물길은 물살이 빠르다
지족해협에는 성질 급한 멸치들이 산다
물이 들면 멸치는 발통 활목 사이로 빨려들고 발통에 쳐 놓은 후리그물은 물살을 탄다
정치망 죽방렴은 한번 들어가면 나갈 수 없다
날물이다 발쟁이는 멸치를 건진다 비늘이 싱싱하다 멸치 삶는 막까지 거칠게 조류를 거슬러 간다
사리 떼가 되면 은백색 멸치가 유난히 반짝인다
물때를 모르고 느리게만 살던 당신의 머리카락은 어느새 은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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