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비 시인 / 나를 쇼핑하다
올해 나는 201살 매장을 누비며 나를 사는 것은 언제나 두근거리는 일 내 몸 각 부위의 만료일을 확인 하고 기한이 다 된 부위부터 쇼핑을 한다
1구역에선 시력7.0짜리 노란 안구와 8.7짜리 파란 안구를 산다 얇은 눈빛은 두꺼운 과거의 기억을 지울 수 있을까몸을 갈아입으면 고여 있는 삶이 출렁일까
2구역으로 향한다 교차하며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지 난해 중고로 판 내 얼굴이 누군가의 몸에 달려 무표정하게 나를 스치며 내려간다
입구에 발을 딛자 팔과 다리가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묶음 판매대에서는 팔다리 세트도 판다 하나 값으로 두 개를 살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오늘도 나는 즐거운 리무빙을 하며 익숙한 방식으로 나를 잃고 또 나를 얻는다
시집『오목한 기억』(고요아침, 202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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