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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임윤 시인 / 의자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29.

임윤 시인 / 의자

 

 

저 나사못의 근원은 무엇인가

 

대가리 굴려가며 살다보니

 

다시 돌아 나올 수 없도록

 

틀어쥐어야 삐걱대지 않았던가

 

빛나는 십자가 여남은 개

 

여기저기 단단히 돌려 박았다

 

한동안은 예수가 앉아 계시겠다

 

-시집 <레닌 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에서

 

 


 

 

임윤 시인 / 비명

 

 

공개 처형 일삼는 중국 정부가 인권문제 발언금지 조건으로 베이징 올림픽 입국을 허용했다

 

군중이 밀집한 광장에는 소리가 없다 잠깐 지퍼를 연 입술들은 둥둥 떠다니는 눈알들을 삼켜댔다 배 속에서 영상물이 재현되었다 목젖을 젖히고 뜨거운 기운이 밀려나왔다 앙다문 입술을 강제로 벌렸다 어금니 힘줄은 불끈 도드라졌다 머릿속까지 파고들다 역류하며 치솟았다 메마른 기억이 울컥울컥 눈물을 쏟아냈다 눈가리개 안쪽에선 티베트 라마승도 쓰러졌다 총알은 붉은 깃발 위로 날아다녔다 어금니가 스르르 풀렸다 소리 없는 비명이 목구멍으로 끝없이 가라앉았다 광장에 남은 건 침묵을 관통하고 지나간 총소리뿐이었다

 

총알값을 지불하지 못한 부모는 아들의 시신을 포기했다 병원으로 옮겨 간 주검에서 의사들이 장기 적출을 시작했다

 

임윤, 『레닌 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 실천문학사,

 

 


 

임윤 시인

1960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고, 울산에서 성장. 울산대학교 졸업, 1990년대 연어사업으로 러시아 사할린과 쿠릴열도, 중국 등지를 10여 년간 주유하였다. 2007년 『시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레닌 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실천문학, 2011)과 『서리꽃은 왜 유리창에 피는가』(푸른사상, 2015)가 있음.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진흥기금을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