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숙 시인(청주) / 사자는 짐을 지지 않는다
낙타는 제 어미의 어미처럼 짐꾼 앞에 무릎 꿇고 등을 주지만 사자는 제 어미의 어미처럼 그 누구에게도 몸을 굽히지 않는다 채찍을 기억하는 낙타는 채찍 안에서 자유를 찾지만 정글을 기억하는 사자는 자신에게서 자유를 찾는다 낙타는 짐꾼을 기억하며 무릎을 꿇고 사자는 초원을 기억하며 무릎을 세운다 사자는 절대로 짐을 지지 않는다
이영숙 시인(청주) / 봄날에는
이른 봄 산골짜기에서 태어난 꽃바람이고 싶다
당신의 빛으로 채색된 꽃잎 속을 물결처럼 드나들며 향기로운 은혜의 집을 짓고 싶다
삶의 갈피마다 뽀얀 흙먼지를 씻어내며 봄비이고 싶다
청결한 언어와 마음으로 깨끗한 기도를 드리며 출렁이는 강물로 흐르고 싶다
내딛는 발자국마다 연둣빛 싹을 틔우는 투명한 햇살이고 싶다
따스한 가슴으로 서로의 상처를 다독이며 눈부신 환희로 일어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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