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시조문학상> 대상 수상 벼리영 시인 / 우탁 선생 문희공 자취를 읽다
1. 사인암 푸르른 솔 돌이 된 캔버스에 초록 꽃 돋아난다 우뚝 선 기암절벽 절리에 새긴 충심 훈풍을 몰고 온 당신 천년 사표 되셨지 목숨을 구걸 않는 서슬 푸른 지부상소 한 시대 곧은 족적 남기는 담론 하나 투명한 운선계곡에 획을 크게 긋는다 문희공 씨앗 되어 다시 핀 초록 나무 너럭바위 쉬다 보니 풍화에 찢긴 세간 난세를 한탄하면서 탄로가를 읊는다
2. 구계서원 세상을 지펴 놓고 천년을 향해 가는, 질곡으로 거듭난 고유한 서화 한 폭 진덕문 들어선 선비 추경 속에 물들다 널따란 마루 건너 모현사(우탁 선생 사당) 찾아드니 모과 향 피워 놓고 낙엽을 태운 시월 역학을 읽는 소리가 고요를 깨뜨린다 당신을 흠모하며 노랗게 물든 서정 후대에 울림 되는 청빈한 인생 여정 추향제 올리는 서원 갈바람이 살갑다
벼리영 시인 / 이팝나무1
눈송이 내려앉듯 소복이 쌓인 걸까 초록빛 사발 속에 빛나는 하얀 이밥 유년기 보릿고개를 고봉 속에 담았지
벼리영 시인 / 이팝나무2
은은한 향취 건져 풍성한 쌀밥 잔치 허기진 밥상머리 위안을 삼던 시절 눈으로 배 채운 엄마 쌀밥 한술 내밀다
벼리영 시인 / 이팝나무3
이팝 꽃 흐드러져 풍년을 이룬 마을 눈물을 삼키시던 엄마는 뵈질 않고 납골묘 하얀 꽃잎만 찬바람결 떨구다
벼리영 시인 / 목련1
견뎌낸 겨울바람 어여쁜 겨울 아이 해님이 품어주고 구름이 다독였네 헐벗은 나뭇가지에 숨죽였던 꽃 자리
벼리영 시인 / 목련2
봄바람 불어오니 아이가 눈을 뜨네 품속의 순백 아이 겨울 향 진하구나 우아한 고혹의 숨결 해님 마음 애탄다.
벼리영 시인 / 목련3
사랑은 깊어 가고 꽃 내음 그윽하네 물오른 처녀 가슴 눈부신 여인이여 그 향기 하늘에 닿아 시샘하는 바람 눈
벼리영 시인 / 산수유1
삼월의 아린 숨결 고삐로 옭아매고 노란색 물감 풀어 맑은 집 그린 세상 지리산 통째로 들어 산동마을* 품었지
* 구례에 있는 산수유축제가 열리는 마을임
벼리영 시인 / 산수유2
돌담 위 층층나무 모여든 병아리떼 햇볕에 웅크린 채 쫑쫑쫑 떠는 수다 샛바람 꽃길 따라서 봄마중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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