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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벼리영 시인 / 우탁 선생 외 8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31.

<역동시조문학상> 대상 수상

벼리영 시인 / 우탁 선생

문희공 자취를 읽다

 

 

1. 사인암 푸르른 솔

돌이 된 캔버스에 초록 꽃 돋아난다

우뚝 선 기암절벽 절리에 새긴 충심

훈풍을 몰고 온 당신 천년 사표 되셨지

목숨을 구걸 않는 서슬 푸른 지부상소

한 시대 곧은 족적 남기는 담론 하나

투명한 운선계곡에 획을 크게 긋는다

문희공 씨앗 되어 다시 핀 초록 나무

너럭바위 쉬다 보니 풍화에 찢긴 세간

난세를 한탄하면서 탄로가를 읊는다

 

2. 구계서원

세상을 지펴 놓고 천년을 향해 가는,

질곡으로 거듭난 고유한 서화 한 폭

진덕문 들어선 선비 추경 속에 물들다

널따란 마루 건너 모현사(우탁 선생 사당) 찾아드니

모과 향 피워 놓고 낙엽을 태운 시월

역학을 읽는 소리가 고요를 깨뜨린다

당신을 흠모하며 노랗게 물든 서정

후대에 울림 되는 청빈한 인생 여정

추향제 올리는 서원 갈바람이 살갑다

 

 


 

 

벼리영 시인 / 이팝나무1

 

 

눈송이 내려앉듯 소복이 쌓인 걸까

초록빛 사발 속에 빛나는 하얀 이밥

유년기 보릿고개를

고봉 속에 담았지

 

 


 

 

벼리영 시인 / 이팝나무2

 

 

은은한 향취 건져 풍성한 쌀밥 잔치

허기진 밥상머리 위안을 삼던 시절

눈으로 배 채운 엄마

쌀밥 한술 내밀다

 

 


 

 

벼리영 시인 / 이팝나무3

 

 

이팝 꽃 흐드러져 풍년을 이룬 마을

눈물을 삼키시던 엄마는 뵈질 않고

납골묘 하얀 꽃잎만

찬바람결 떨구다

 

 


 

 

벼리영 시인 / 목련1

 

 

견뎌낸 겨울바람 어여쁜 겨울 아이

해님이 품어주고 구름이 다독였네

헐벗은 나뭇가지에 숨죽였던 꽃 자리

 

 


 

 

벼리영 시인 / 목련2

 

 

봄바람 불어오니 아이가 눈을 뜨네

품속의 순백 아이 겨울 향 진하구나

우아한 고혹의 숨결 해님 마음 애탄다.

 

 


 

 

벼리영 시인 / 목련3

 

 

사랑은 깊어 가고 꽃 내음 그윽하네

물오른 처녀 가슴 눈부신 여인이여

그 향기 하늘에 닿아 시샘하는 바람 눈

 

 


 

 

벼리영 시인 / 산수유1

 

 

삼월의 아린 숨결 고삐로 옭아매고

노란색 물감 풀어 맑은 집 그린 세상

지리산 통째로 들어

산동마을* 품었지

 

* 구례에 있는 산수유축제가 열리는 마을임

 

 


 

 

벼리영 시인 / 산수유2

 

 

돌담 위 층층나무 모여든 병아리떼

햇볕에 웅크린 채 쫑쫑쫑 떠는 수다

샛바람 꽃길 따라서

봄마중을 하는가

 

 


 

벼리영 시인

전남 여수 출생. (본명: 이영숙) 시조시인, 아동문학가. 국립 경상대학교를 졸업. 회화 시조집 <더 맑은 하우스>, <시조를 그리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시학과 시' 작가회 부회장. 한국시조문학진흥회 회원. 대한미술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