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빈 시인 / 바람, 그리고 탑
바람결에, 그대 처음 만난 날 마음속에 다보탑 하나 쌓아 올렸다
바람 따라 그대 떠난 날 천둥 치며 하늘이 울더니 그 다보탑 무너져 내렸다
바람처럼 그대 떠난 후 날마다 날마다 하늘에 던진 돌 마이산 돌탑이 되었다
김유빈 시인 / 이명
바다 한 가운데 피아노 소리가 있지 지느러미는 선사의 선율에 따라 춤을 추었지
해독할 수없는 안무에 불안이 엉겨 붙고 춤사위는 자꾸만 우주의 먼지가 묻고 있었어
그 소리는 너울에 휘감겨 궤도를 이탈하고 빛의 속도로 폐부를 찌르며 밤의 중심으로 모여들었지
계절은 서툰 연주로 옷을 갈아입고 매일 밤 심혜의 음계를 두드리며 신의 집으로 교신을 시도했지 답신은 수 천개의 부재중 도돌이표로 떠 올랐어
불면의 바다는 잃어버린 시간의 은유 수장되었던 핏빛 사연이 길을 내지
아득한 그 끝에는 다시 깨어나지 못한 소리가 녹슨 파편이 되어 흩어져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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