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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유빈 시인 / 바람, 그리고 탑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

김유빈 시인 / 바람, 그리고 탑

 

 

바람결에,

그대 처음 만난 날

마음속에 다보탑 하나 쌓아 올렸다

 

바람 따라

그대 떠난 날

천둥 치며 하늘이 울더니

다보탑 무너져 내렸다

 

바람처럼

그대 떠난 후

날마다 날마다

하늘에 던진 돌

마이산 돌탑이 되었다

 

 


 

 

김유빈 시인 / 이명

 

 

바다 한 가운데 피아노 소리가 있지

지느러미는 선사의 선율에 따라 춤을 추었지

 

해독할 수없는 안무에 불안이 엉겨 붙고

춤사위는 자꾸만 우주의 먼지가 묻고 있었어

 

그 소리는 너울에 휘감겨 궤도를 이탈하고

빛의 속도로 폐부를 찌르며

밤의 중심으로 모여들었지

 

계절은 서툰 연주로 옷을 갈아입고

매일 밤 심혜의 음계를 두드리며

신의 집으로 교신을 시도했지

답신은 수 천개의 부재중 도돌이표로 떠 올랐어

 

불면의 바다는 잃어버린 시간의 은유

수장되었던 핏빛 사연이 길을 내지

 

아득한 그 끝에는

다시 깨어나지 못한 소리가

녹슨 파편이 되어 흩어져 있지

 

 


 

김유빈 시인

2014년 계간 《다층》으로 등단. 시집으로 『책이라는 구석』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