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민 시인 / 하역荷役
숲은 충동적으로 울었다. 소리가 일생에 머물렀다. 근사한 죽음이 유력 했다. 조각무덤으로 향하는 길목, 참나무 토막이 발끝에 차인다. 토끼들이 콩대를 뜯는다. 시간은 적을 수 없는 우화였다.
사랑이 누명이다. 자학처럼 너를 쓰고 버리고, 가시 없는 밤. 소설 속의 행선지. 불치의 어둠이 빈소에 도착했다. 식은 빛에 하나 둘 떨어지는 화환의 잎들. 후생後生으로 흐르는 녹천은 외도를 엿본다.
우리는 거울을 상속 받았다. 지친 벼랑 속 한 줄기 동경을 멀리 던진다. 해변가에 놓인 사전에 바느질 흔적이 있다. 덫에 채인 바람이 나를 지나간다. 슬픔의 철자가 틀렸다. 너와 다른 곳에 있었다.
미네르바』 201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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