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시인 / 손톱깎이
손톱깎이 쓸 때처럼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간 사소한 것을 눈여겨보았더라면 어디론가 사라진 작은 조각의 안부를 궁금해 하였더라면
저 봐, 초승달 하느님의 손톱깎이에서 튕겨 나온,
-박현수,『사물에 말 건네기』, 울력, 2020
박현수 시인 / 벽 시계가 떠난 자리
벽 시계를 벽에서 떼어놓았는데도
눈이 자꾸 벽으로 간다
벽 시계가 풀어놓았던 째깍거림의 위치만
여기 어디쯤이란 듯
시간은 그을음만 남기고
못 자리는 주사바늘 자국처럼 남아 있다
벽은 한동안 환상 통을 앓는다
벽 시계에서 시계를 떼어내어도
눈은 아픈 데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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