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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현수 시인 / 손톱깎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3.

박현수 시인 / 손톱깎이

 

손톱깎이 쓸 때처럼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간 사소한 것을

눈여겨보았더라면

어디론가 사라진

작은 조각의 안부를 궁금해 하였더라면

 

저 봐, 초승달

하느님의 손톱깎이에서 튕겨 나온,

 

-박현수,『사물에 말 건네기』, 울력, 2020

 

 


 

 

박현수 시인 / 벽 시계가 떠난 자리

 

 

벽 시계를

벽에서 떼어놓았는데도

 

눈이 자꾸 벽으로 간다

 

벽 시계가

풀어놓았던 째깍거림의 위치만

 

여기 어디쯤이란 듯

 

시간은

그을음만 남기고

 

못 자리는

주사바늘 자국처럼 남아 있다

 

벽은 한동안

환상 통을 앓는다

 

벽 시계에서

시계를 떼어내어도

 

눈은 아픈 데로 가는 것이다

 

 


 

박현수 시인

1966년 경상북도 봉화에서 출생. 세종대 국문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국문과 석사, 박사과정 졸업. 199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청년정신, 1998)와 『위험한 독서』 (천년의시작, 2006)가 있음. 2007년 제39회 한국시협회상 '젊은 시인상'을 수상. 현재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