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우 시인 / 끓는 뼈
그가 뼈 하나를 주고 갔다고 생각했다
뼈가 구부러져 이름이 되는 건 아직 해가 지지 않을 때다 뼈가 조각나 상징이 되는 것은 아직 해가 뜨지 않을 때다
'뾰'로, 혹은 '쀼'로 뼈가 일어서는 것도 그녀가 뼈에 목걸이를 매어 줄 때다 여러 밤이 지나고 뼈는 아직 자라고 있다 그녀는 뼈해장국에 사골국, 가끔 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지만 착실히 뼈감자탕도 해 먹었다 뼈는 뼈를 낳았고 그녀는 작은 뼈를 가슴에 심어 물을 주었다 울고 우리고 우려서 열대 우림이 되어 심히 우려했지만 국물이 나지 않는 뼈는 플루트를 불었기에 문제는 없었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구멍에 바람이 들어왔다 그리고 물이 차올랐다 사이사이에 녹슨 입술이 차오르고 내려가지 않았다 삑, 삐걱삐걱 소리가 저 아래로 내려갔다 그래서 지금도 입술 위에는 물 먹는 나무 한 그루 그저 돌아가라는 말만을 반복할 뿐 좌우는 쉽게 오므려지지 않았다 수렴 없는 바람이 불자 지느러미처럼 움직이는 입술이 술술 가지를 뻗었다, 그리고 소풍이 끝나는 석양을 산포했다 그녀는 목구멍으로 술술 받아 넘겼다 소식을 들은 그는 편지로 돌을 만들어 그녀의 침대 머리맡에 살짝 놓고 갔다 암각화에 계통도가 새겨지고 그녀는 나트륨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밤 암염巖鹽 같은 밤, 담석이 온종일 그녀의 달팽이관을 돌아다니는 밤
도르륵, 도륵도륵
지구 위 모든 것이 뱅글뱅글 돌았던 이유로 조용했다 뼈는 오늘도 냄비 속에서 소용돌이처럼 소용없이 끓는다
김청우 시인 / 빨간 두건의 뱃속에 잠들어 배고픈 늑대의 꿈
오늘 : 비, 실없는 너의 배를 가르고 흘러내리는 날이었으리니 나는 1인극 속의 이명을 잡기 위해 장막을 설치한 자 그 소리를 엄마 모르게 품에 넣은 채 잠든 내 텅 빈 배 오늘 : 非 지금껏 거짓말로 만든 가위를 넣고 봉합했던 너의 텅 빈 배를 가르고 가위 꺼낸 날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 緋, 너의 불안을 알까, 붉은 불안, 붉은 해변이 너의 눈에 노을을 주입했던 날 그래서 오늘의 노을을 가져와 구멍에 넣는다, 네 배처럼 부푼 뇌에 노을은 열쇠처럼 맞아 네 눈 위에 기억을 재생하나 너와 나는 마주치는 동공에서 부정 당한다, 단지 멀리서 앓는 물소리의 욕망이 모서리의 두 귀로 생겨나는 날이기 때문에, 해변과 해변이 만나 두 개의 귀로 증명되는 너에게 부딪히는 오줌 소리, 그것이 우리의 전부라고 말한다면 또 무엇을 속이는 일이 될까, 그러나 그 경우 붉음은 알리바이를 가진다고 대본으로 읽는 목소리, 그리고 암전
어제 : 誹, 바야흐로 입천장의 알리바이가 성립되던 날 고생대의 피와 근대의 기차를 증명하는 입천장의 주름이 그 가벼운 알리바이 속에서 비로 입을 벌리지 어제 비로소 속이 보이던 입은 천장과 바닥이 평평해서 뒤집어도 입, 뒤집어도 입 이제는 사위어 가는 전등의 시간, 붉은 시간표를 머리에 쓰고 붉은 잠에 겨운 너는 세 개의 기차역을 지난다
색을 잃은 눈빛이 그냥 지나가지 않게 말야 이미 꺾여버린 골목 역이 생겼고 현과 현 사이에서 검은 증기와 타버린 현기증을 나르는 기타 역이 생겼고 부패의 사실보다 먼저 와 부딪혀 뛰지 않는 심장을 달리는 악취 역이 생겼다지
그것은 맥베스 역의 세 마녀 역보다 악랄하지도 하지만 더 악랄하지도 악랄하지 않은 것도 아닌 알리바이였는데 그래서 도로 한복판의 차선은 개복開腹선처럼 이어졌대 그걸 본 난 다시 가짜 가위를 네 텅 빈 배에 넣은 채 지금까지 지나온 공복空腹으로 잠든다지 그렇게 너와 나는 사적私的인 공범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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