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형 시인 / 아이가 뛴다
내가 가는 것처럼 몸 안에 든 기차처럼 숲을 끊어먹으면서 마지막 말부터 허공에 쓰면서
사라질 때 ‘당신은’을 쓰고
나타날 때 ‘기운다’고 썼던 것이라면 이제 너처럼 달릴 수 있을까
나무의 방향을 가진 머리칼 눈으로 들어와 뒤로 나가는 깃털 조금 지워지면서 조금 선명해지면서 은밀하므로 너는 웃는다
이 하늘은 삐뚤고 쏟아질 모서리를 가졌어 가만히 서 있으면 밀려가
좋은 풍경이다
몸을 담글까 손을 적실까 아이가 집을 지었나 누구의 목이 이렇게 가는가 노래 소리는 왜 이렇게 작은가
세상이 다 죽어서 꼼짝 않고 나타나는 곳 아이가 뛰어가 텅 빈 밭으로 자신이 지은 집으로
웹진 『시인광장』 2022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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