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문 시인 / 선풍禪風
노을이 물드는 山寺에서 스님과 나는 法談을 한다
꽃잎을 걸러 마신 僧房에서 法酒는 나를 꽃피운다
스님의 모시옷은 구름으로 떠 있고 나의 넥타이는 번뇌로 꼬여 있다
“子女를 몇이나 두셨습니까?" "舍利를 몇이나 두셨습니까?“
"더운데 넥타이를 풀으시죠." "더워도 풀어서는 안됩니다.“
목을 감아 맨 십자가十字架 책임을 풀어 던질 수는 없다
내 가정과 국가와 세계 앓고있는 꽃들을 버릴 수는 없다
황송문 시인 / 가시나무새
내 가슴 속에는 피 흘리며 노래하는 새가 있다
아플수록 고운 노래 神樂에 사는 새가 있다
안일한 둥우리를 떠나 핏빛 노을에 미쳐 날다가 가슴 찔려 피 흘리는 새가 있다
아프면 아플수록 삼키는 물음은 아름답고, 포도즙이 노을로 삭아 내리듯 안으로 다스리는 노래는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찔리운 가슴에 붕대를 매어 주는 따뜻한 한 편의 詩, 울며 울며 노래로 보내는 구곡간장九曲肝腸의 피울음이다.
황송문 시인 / 수채도랑집 바우
가까이 가지도 않았습니다 탐욕의 불을 켜고 바라본 일도 없습니다
전설 속의 나무꾼처럼 옷을 숨기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그저 달님도 부끄러워 구름 속으로 숨는 밤 물 소리를 들었을 뿐입니다
죄가 있다면 그 소리 훔쳐들은 죄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소리는 꽃잎이 되고 향기가 되었습니다
껍질 벗는 수밀도의 향기...... 밤하늘엔 女人의 비눗물이 흘러갑니다
아씨가 仙女로 목욕하는 밤이면 수채도랑은 온통 별밭이 되어 가슴은 미리내로 출렁이었습니다
손목 한 번 잡은 일도 없습니다 얘기 한 번 나눈 적도 없습니다
다만 아슴프레한 어둠 저 편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에 정신을 빼앗겼던 탓이올시다
시원始原의 유두乳頭같은 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머리카락으로 목덜미로 유방으로 허리로 그리고 또...... 곡선의 시야 굼틀굼틀 어루만져 보고 껴안아 보던 그 달콤한 상상의 감주甘酒, 죄가 있다면 이것이 죄올시다
전설 속의 나무꾼처럼 옷 하나 감추지도 못한 주제에 죄가 있다면 물소리에 끌려간 죄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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