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 시인(김혜정) / 젤라틴
단백질과 결별하려고 미용실에 가요 쫄깃쫄깃 달라붙은 슬픔이 한 덩이구요
젤라틴이야 흉터를 찢고 나온 뼈
나는 뼈가 외부로 자라는 구조를 가졌거든요
낭창낭창 펜싱 검이거나 사과 속살 같은 아찔함이고요
젤라틴을 자르면 귀가 되는데요 고흐의 귀도 젤라틴처럼 예뻤을까 생각해요
고흐의 여자는 기겁했겠지만 귀와 함께 귀에 붙어온 흉터를 사랑했겠죠
램프 불에 가열하면 단서는 남지 않고요 사과 속살처럼 되는데요 젤라틴이 그런거죠 애증이 그런거죠 두 귀를 나란히 맞댄 것처럼
귀와 결별하려고 미용실에 가요 나는 귀가 안으로 말려드는 구조를 가졌거든요
귀는 익숙하게 날개를 학습하고요
뚝딱뚝딱
나비로 떨어져요
웹진 『시인광장』 2022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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