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희 시인 / 애도일기
유방암 말기의 엄마가 돌아가셨다 딸은 서랍 속 엄마의 일기를 본다
아직 진짜 사랑은 시작하지도 못했다 첫사랑이었던 짝사랑 이후로
딸은 엄마가 아닌 한 여자의 사연이 가슴에 사무쳤다
딸은 아버지와 동생들이 볼까봐
서랍에 자신의 일기장을 넣고 그 아래 잘못 날아온 사랑을 넣고
문을 잠궜다 관을 넣고 흙으로 덮듯
박봉희 시인 / 서열
당신은 당신과 가장 가까운 그것을 가꾸는 사람
겨울이 되어 베란다 화초를 집안에 들일 때 제 몸뚱이 하나 건사하지 못해, 잔소리하며 밀어내는 뒷전 자수성가를 앞세워 정신상태가 글러먹었어, 비난하는 뒷전
살아서 못마땅한 것은 뒷전입니까 천적입니까
백화점 VIP 전용차선과 일반차선 그 갈림길에서 핸들을 꺾을 때 마음을 꺾여본 당신은 남도 꺾을 줄 아는 사람
도둑질도 해 본 사람이 하듯 당신은 당신이 당한 그것에 적을 두고
그렇게 지내다보니 그렇게 지내는 게 당연한
당신은 당신이 목맨 우상 때문에 불안한 사람 살아서는 죽은, 죽어서야 살 사람
살기 위해 마땅한 것은 위아래입니까 불감증입니까 뒷전의 뒷전, 당신,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혜원 시인(김혜정) / 젤라틴 (0) | 2022.09.21 |
---|---|
고영서 시인 / 기린 울음 외 1편 (0) | 2022.09.21 |
이정오 시인 / 층층나무 꽃 외 1편 (0) | 2022.09.21 |
문숙 시인 / 젖은 부처 외 1편 (0) | 2022.09.21 |
강은진 시인 / 포춘 텔러 외 1편 (0) | 2022.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