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오 시인 / 층층나무 꽃
투명해진다 아파트 담장에 부딪쳐 돌아오는 가냘픈 뻐꾸기 울음 고요는 깨지고 어머니께 가지 못하는 그리움의 통점이 새벽 4시에 멎는다
이 시간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 닮은 할머니 한 분 어디를 가시는 것일까 베지밀 한 병 사려고 허리춤에서 꺼내는 돌돌 말린 비닐지갑 지갑을 풀자 습기 찬 비닐 속에서 녹슨 동전의 울음보가 터진다
전깃줄에 앉아 울던 뻐꾸기가 내 분주한 일상의 핑계를 물고 날아간다 어머니의 새벽을 깨울까 염려되어 나는 할머니께 공손히 인사하고 뻐꾸기 비행방향과 등지고 앉는다
뻐꾸기 울음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날갯짓에 창밖 층층나무 꽃만 후드득 떨어져 환한 꽃길이 되었다
이정오 시인 / 데이트
자르는 게 커트인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게 아니야 얼마나 아름답게 남기느냐 그게 커트였어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어 오늘 커트 잘했어 고마워
-계간 <다시 올문학> 202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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