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숙 시인 / 젖은 부처
봉정사에 가면 수몰지구에서 건져 올렸다는 여래석좌상이 있는데요 물속에서 오래도록 미끄러운 시간을 살다와 눈 먹먹 코 먹먹 입 먹먹 부처 반 중생 반 어벙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돌덩이 하나 무명을 버려 부처가 되고 부처를 버려 중생이 되는 시간을 살았는데요 부처도 중생도 다 버리겠다고 승속을 넘나들었는데요 지금은 봉정사 뒷마당에 좌대도 없이 몸 낮추고 앉아 비 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눈 맞으며 주야장천 잘 죽여라 하고 있습니다
문숙 시인 / 업보
개구리가 잠자리를 잡아먹고 있다 봄날에 잠자리 애벌레가 올챙이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전생에 저들은 분명 부부였을 것이다
<예컨대 노박덩굴>(2020. 12. 고요아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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