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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욱 시인 / 의몽蟻夢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1.

권욱 시인 / 의몽蟻夢

 

 

몸뚱아리 없는 싸움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맑은 바람이 뺨을 스쳐도 걷는 걸음이 더 무거운

짙은 양피 같은 구름이 속내를 드러낸다

불개미들이 난롯가에서 불을 쬐고 있지만

보이는 삶은 기름지게 살찌고

보이지 않는 것은 메마르게 빛난다

 

가슴은 쉴 새 없이 뛰고

삐걱거리는 관절이 있어

오늘도 눈도 코도 입도 없는 밥을 먹는다

뚫린 하늘이 있고 쉴 새 없는 바람이 있고

소있는 나무가 있고 스러지는 풀잎이 있어

오늘도 나를 꺼내 숨을 쉰다

 

다리 짧은 개미의 행렬이

결승점 없는 지점으로 달려간다

 

손안에 꽉 쥔 어제를 아낌없이 쏟아버린다

빈들은 세찬 바람이 오늘로 가득 채운다

 

 


 

권욱 시인

경남 합천 출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 미국 USCeogkrdnjs 졸업, 행정학박사.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2016, 계간<시선> 신인상 등단, 시 전문지 《포에트리 슬렘》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동행하지 않는 그림자』가 있음. 현재 『포에트리 슬렘』 기획위원장,. 『포에트리 슬렘』 문학회 회장. 방재문화진흥원 이사장, 광운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