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욱 시인 / 의몽蟻夢
몸뚱아리 없는 싸움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맑은 바람이 뺨을 스쳐도 걷는 걸음이 더 무거운 짙은 양피 같은 구름이 속내를 드러낸다 불개미들이 난롯가에서 불을 쬐고 있지만 보이는 삶은 기름지게 살찌고 보이지 않는 것은 메마르게 빛난다
가슴은 쉴 새 없이 뛰고 삐걱거리는 관절이 있어 오늘도 눈도 코도 입도 없는 밥을 먹는다 뚫린 하늘이 있고 쉴 새 없는 바람이 있고 소있는 나무가 있고 스러지는 풀잎이 있어 오늘도 나를 꺼내 숨을 쉰다
다리 짧은 개미의 행렬이 결승점 없는 지점으로 달려간다
손안에 꽉 쥔 어제를 아낌없이 쏟아버린다 빈들은 세찬 바람이 오늘로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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