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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문신 시인 / 독작 獨酌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4.

문신 시인 / 독작 獨酌

 

 

두 홉짜리 소주병을 땄다

병과 잔 사이는 한 치가 못 되었다

그 사이에 삼라만상의 근심이 깊었다

주섬거리지 않고 탁, 털어 넣었다

안주는 오래 물색하였다

달이 떴고 밤새 소리도 펼쳐 있었다

강물의 물비늘 두어 장을 쭉 찢었다

질겅거렸다

두 홉짜리 소주병이 비었다

강물의 수위가 한 치쯤 낮아져 있었다

노을에서 시작하였으나 어느덧 여명이었다

내내 독작이었다

 

 


 

 

문신 시인 / 불꽃인데

 

 

몸에 호랑이 문신을 한 형에게

돈을 빼앗겼다

 

그날 밤

나는 팔뚝에 용을 그렸다

빨간 볼펜으로

용의 입에 불꽃도 그렸다

갑자기 팔이 튼튼해져서

호랑이쯤이야 가뜬히 때려잡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침에 세수를 하다가

양치하러 들어온 엄마에게

문신을 들키고 말았다

 

-아유 깜작이야, 팔뚝에 뱀을 왜 그려?

 

엄마가 때수건으로

내 팔뚝을

불꽃을 뿜는 용을

박박 문질렀다

 

뱀 아니고 용인데......

내 말에 엄마가 불꽃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뱀 혓바닥이잖아!

 

(불꽃인데.....

불꽃인데......)

 

엄마가 뱀 혓바닥을 박박 문지르더니

물 한 바가지를 꽉 부었다

 

피시식 불꽃이 꺼져 버리며

내 팔뚝에서

힘이 쭈욱 빠져나가고 있었다

 

 


 

문신 시인

1973년 전남 여수에서출생. 1999년 전주대 국문학과 졸업.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작은 손〉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물가죽 북』(애지, 2008)이 있음. 현재 전라북도 마음사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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