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시인 / 별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신경림 시인 / 눈이 온다
그리운 것이 내리는 눈 속에 있다. 백양나무 숲이 있고 긴 오솔길이 있다. 활활 타는 장작 난로가 있고 젖은 네 장갑이 있다. 아름다운 것이 다 쌓이는 눈 속에 있다. 창이 넓은 카페가 있고 네 목소리가 있다. 기적 소리가 있고 바람 소리가 있다.
지상의 모든 상처가 쌓이는 눈 속에 있다. 풀과 나무가, 새와 짐승이 살아가며 만드는 아픈 상처가 눈 속에 있다. 우리가 주고받은 맹서와 다짐이 눈 속에 있다. 한숨과 눈물과 상처가 되어 눈 속에 있다.
그립고 아름답고 슬픈 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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