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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경림 시인 / 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4.

신경림 시인 / 별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신경림 시인 / 눈이 온다

 

 

그리운 것이 내리는 눈 속에 있다.

백양나무 숲이 있고 긴 오솔길이 있다.

활활 타는 장작 난로가 있고 젖은 네 장갑이 있다.

아름다운 것이 다 쌓이는 눈 속에 있다.

창이 넓은 카페가 있고 네 목소리가 있다.

기적 소리가 있고 바람 소리가 있다.

 

지상의 모든 상처가 쌓이는 눈 속에 있다.

풀과 나무가, 새와 짐승이 살아가며 만드는

아픈 상처가 눈 속에 있다.

우리가 주고받은 맹서와 다짐이 눈 속에 있다.

한숨과 눈물과 상처가 되어 눈 속에 있다.

 

그립고 아름답고 슬픈 눈이 온다

 

 


 

신경림 시인

1935년 충북 충주에서 출생. 동국대학교 문리대 영문과를 졸업. 이한직의 추천으로 월간 《문학예술》에 〈낯달〉1955. 12), 〈갈대〉(1956. 2), 〈석상〉(1956. 4)을 발표하며 등단.저서로는 시집으로『농무』, 『새재』, 『달넘세』, 『남한강』, 『가난한 사랑의 노래』, 『길』 등과 산문집 『민요기행 1·2』, 『강따라 아리랑 찾아』, 『시인을 찾아서』, 『낙타』 등이 있음. 만해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산문학상, 단재문학상, 공초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 현재 동국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