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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현지 시인 / 꽃잎은 바람을 물고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4.

이현지 시인 / 꽃잎은 바람을 물고

 

 

새벽 무렵

달팽이관 속 까만 돌 하나가 굴러 떨어졌다

맨질맨질한 그 작은 돌이 귓속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산호수잎이 검게 변하고 사방 모서리마다

뾰족한 뿔이 나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따라 돌다가

백화산 입구 자목련나무 위로

나를 훌쩍 올려놓았다

철보다 앞서 핀 명자꽃잎이 우루루 몰려 와

물개 박수를 치고 있다

슬그머니 등 뒤를 지나던 어둠을 한 웅큼 잘라

속주머니 깊숙히 찔러 넣는다

위급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제 소리를 물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

 

링거병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이현지 시인

강원도 영월 출생. (본명: 이순옥) 주성대 문창과 졸업. 2010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예술아카데미 및 딩아돌 문학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충북재능시낭송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