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연 시인(익산) / 단풍
저물게 물들던 떡갈나무도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던 새떼들도 자지러지게 울어대던 매미들도 단풍잎 몇 장으로 자물쇠를 채워 놓고 홑장삼을 벗어 놓았다.
-시집 『바늘 귀를 통과한 여자」
김다연 시인(익산) / 레이메이드 인생 ; 치매
애초 아버진 불알 두 쪽이 밑천이었지요
체면과 똥고집에 기울어버린 가세 지키느라, 그마저 늘어지고 쪼글쪼글해졌지요
이밥처럼 장독에 쌓인 눈 멍하니 바라보다
얘야 밥 먹자
가부좌를 트는 늙은 홀애비의 핫바지 새로 얼핏, 시렁에 얽힌 곶감 같은 저 속에 떨떠름한 열 개의 씨가 박혀 있었다니! 한쪽은 맨정신 또 한쪽은 망상
아버진 애초 느자구 없는 짝불알이었지요
시집 『우연히 잡힌 주파수처럼, 필라멘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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