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지 시인 / 꽃잎은 바람을 물고
새벽 무렵 달팽이관 속 까만 돌 하나가 굴러 떨어졌다 맨질맨질한 그 작은 돌이 귓속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산호수잎이 검게 변하고 사방 모서리마다 뾰족한 뿔이 나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따라 돌다가 백화산 입구 자목련나무 위로 나를 훌쩍 올려놓았다 철보다 앞서 핀 명자꽃잎이 우루루 몰려 와 물개 박수를 치고 있다 슬그머니 등 뒤를 지나던 어둠을 한 웅큼 잘라 속주머니 깊숙히 찔러 넣는다 위급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제 소리를 물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
링거병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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