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시인 / 사람의 됨됨이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 후함으로 하여 삶이 풍성해지고 인색함으로 하여 삶이 궁색해 보이기도 하는데 생명들은 어쨌거나 서로 나누며 소통하게 돼 있다 그렇게 아니하는 존재는 길가에 굴러 있는 한낱 돌멩이와 다를바 없다 나는 인색함으로 하여 메마르고 보잘 것없는 인생을 더러 보아왔다 심성이 후하여 넉넉하고 생기에 찬 인생도 더러 보아왔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중에서 박경리 시인 / 우주만상 속의 당신 내 영혼이 의지할 곳 없어 항간을 떠돌고 있을 때 당신께서는 산간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뱀처럼 배를 깔고 갈밭을 헤맬 때 당신께서는 산마루 헐벗은 바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생사를 넘나드는 미친 바람 속을 질주하며 울부짖었을 때 당신께서는 여전히 풀숲 들꽃 옆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진작에 내가 갔어야 했습니다 당신 곁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찔레 넝쿨을 헤치고 피 흐르는 맨발로라도 백발이 되어 이제 겨우 겨우 당도하니 당신은 아니 먼 곳에 계십니다 절절히 당신을 바라보면서도 아직 한 발은 사파에 묵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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