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훈 시인 / 사구(砂丘) 수평선을 옮기기 위해 붉은 두 줄을 그었다 이사 온 수선(水線)은 좁아진 잠으로 출렁거리고 바다에 남은 식구를 마저 데리러 갔지만 빨랫줄 위에 깃털 몇 경계를 지우며 불어온 바람 칸두라* 그늘에 갇혔다 편서풍을 밀어내 사구를 솟아나게 하는 힘 바람의 뼈가 차곡차곡 빗금에 쌓여간다 깃털을 삼킨 해연(海淵)의 게송 간극이 가파르다 밤이 밀고 가는 배 한 척 교교하고 유유히 멀어지는 지느러미 휘어진 선에서 레드까지 아직 잠의 관할에 속해 있다 * 아랍 남자의 전통 복장. 임지훈 시인 / 베개 베개에 얼굴을 묻고 사람을 떠올린다 긴 생각에 잠이 갈대처럼 텅 비어간다 그늘에 꽂혀 있는 벚나무 가지 위에 위태롭게 걸린 초승달이 소리 없이 꽃잎을 자르고 있다 손톱보다 작은 봉오리 눈감고 연못으로 내려앉는다 옆에서 자고 있는 사람에게 들리지 않도록 울어야 하기에 봄밤은 길고 생은 가볍다 -시집 『미수금에 대한 반가사유』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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