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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동원 시인 / 엄니, 어부바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9.

김동원 시인 / 엄니, 어부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엄니, 어부바

 

기억하라고

내 등에 남기고 가신

탯줄로 이은 따뜻한 온기여

 

206개 뼈

마디마디 녹아내리고

서 말 서 되 피 흘리시어

이 땅에 내려주신 피의 무게여!

 

불타께서 일러주신

여덟 섬 너 말 젖의 대가여!

 

 


 

 

김동원 시인 / 귓속 물이 차

 

 

띠풀은 귀를 허공에 넣고

 

비가 빗소리 몰고 오는 짓을 다 듣고 있었다

 

그 아랫도리 벌쭉한 새 무덤 위에서

참 희한도 하지

 

비가 빗소리 몰고 가는 짓을 다 알고나 있었다는 듯

 

띠풀은 귓속 물이 차

 

자꾸 자꾸 왼쪽 귀를 털고 있었다

 

 


 

 

김동원 시인 / 쥐떼

 

 두 마리인가 싶더니 순식간, 수 십 수 백 수 천 마리로 불어난 쥐떼들이 완장을 차고, 검은 고양이 한 놈을 뜯어먹고 있었다. 한밤중 쉿, 쉬잇, , 서로서로의 혼을 호리는 소리는, 죽음 직전 갈라터진 쉰 목소리 같기도 했다. 저 먼저 가겠다고 악 쓰는 놈이 있는가 하면, 재빨리 선두 대열에 끼어 또 다른 괭이로 변신하는 놈도 있었다. 벽 쪽에 옮겨 붙는가 싶더니, 주저 없이 흩어졌다 불어났다 종잡을 수 없었다. 목적 앞에 수단은 일사불란했다. 본능적으로 그놈들은 시대를 꿰뚫고 있었다. 뭉친 힘이 얼마나 센지, 결국 그 뒤엎는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쥐덫은 더 이상 그들에겐 악법이 아니었다

 

 


 

김동원 시인

1963년 경북 영덕 출생. 경산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4문학세계'시 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 시가 걸리는 저녁 풍경』 『구멍』 『처녀와 바다』 『깍지. 2015년 대구예술상 수상.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18년 동시집 태양 셰프출간. 2018년 편저 저녁의 출간. 2018년 대구문학상수상. 현재) 대구시인협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한국시인협회원. 텃밭시인학교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