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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영애 시인 / 네일 아트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9. 29.

신영애 시인 / 네일 아트

 

 

피라미드 안의 여인들은

관목에서 추출한 헤나로 손톱을 칠했다

색깔로 신분을 구분하고

빨간색으로 상류층을 과시했다

 

달에서 손톱의 상징을 느끼고 싶었다

달은 나무에서 나왔다는 상상은 틀리지 않는다

왕족의 후손이 아닌 자는 붉은 손톱을 싫어한다

 

서태후는 흰자와 벌꿀 고무나무 수액으로 손톱을 가꿨다

일벌들이 날아왔고 나무는 흔들거렸다

나뭇잎이 매니큐어처럼 반짝인다는 시론이 이때 정립되었다

 

하얀 옷을 입은 옛 여인들은

봉숭아물을 들여 질병과 귀신을 쫓았고

꽃물이 없어지기 전 첫눈이 내리길 기도했다

첫사랑은 오지 않았고 초승달이 그녀의 손톱에 앉았다

 

달을 보면 아련한 것은

손톱에 붉은 물이 빠지지 않았고

그의 얼굴이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손톱에 초승달이 뜨는 이유다

 

매니큐어 병이 즐비하다

신분 상승을 꿈꾸는 여인들의 손을 받들고

그러데이션을 하고 있는 사람들

 

-신영애 시집 <나비가 전하는 말) 2017

 

 


 

 

신영애 시인 / 가시

 

 

수다를 떨며

오므라이스를 먹었는데

가시가 목에 걸려 밤이 따갑다

그는 웃음 띤 얼굴로

내 숟가락에 가시 한 마디 슬쩍 밀어 넣었다

한 줌의 독

멋모르고 받아 먹었다

밤새 웃음 속에 숨은 말이 내 잠을 찔러

온몸이 욱신 거린다

이 가시를 어떻게 삭혀야 하나

덧난 가슴에 브로치를 달고

같은 선글라스로 충혈된 눈 가리고

바람의 언덕으로 떠나야겠다

날씨가 화창하다

 

-시집 <나비가 전하는 말>에서

 

 


 

신영애 시인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였고, 2011심상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첫 시집으로 나비가 전하는 말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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