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시인 / 엄니, 어부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엄니, 어부바 기억하라고 내 등에 남기고 가신 탯줄로 이은 따뜻한 온기여 206개 뼈 마디마디 녹아내리고 서 말 서 되 피 흘리시어 이 땅에 내려주신 피의 무게여! 불타께서 일러주신 여덟 섬 너 말 젖의 대가여! 김동원 시인 / 귓속 물이 차 띠풀은 귀를 허공에 넣고 비가 빗소리 몰고 오는 짓을 다 듣고 있었다 그 아랫도리 벌쭉한 새 무덤 위에서 참 희한도 하지 비가 빗소리 몰고 가는 짓을 다 알고나 있었다는 듯 띠풀은 귓속 물이 차 자꾸 자꾸 왼쪽 귀를 털고 있었다 김동원 시인 / 쥐떼 두 마리인가 싶더니 순식간, 수 십 수 백 수 천 마리로 불어난 쥐떼들이 완장을 차고, 검은 고양이 한 놈을 뜯어먹고 있었다. 한밤중 쉿, 쉬잇, 쉿, 서로서로의 혼을 호리는 소리는, 죽음 직전 갈라터진 쉰 목소리 같기도 했다. 저 먼저 가겠다고 악 쓰는 놈이 있는가 하면, 재빨리 선두 대열에 끼어 또 다른 괭이로 변신하는 놈도 있었다. 벽 쪽에 옮겨 붙는가 싶더니, 주저 없이 흩어졌다 불어났다 종잡을 수 없었다. 목적 앞에 수단은 일사불란했다. 본능적으로 그놈들은 시대를 꿰뚫고 있었다. 뭉친 힘이 얼마나 센지, 결국 그 뒤엎는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쥐덫은 더 이상 그들에겐 악법이 아니었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명철 시인 / 창백한 먼지 (0) | 2022.09.30 |
---|---|
허민 시인 / 사람들은 즐겁다* (0) | 2022.09.29 |
심강우 시인 / 먼지의 계보 외 1편 (0) | 2022.09.29 |
신영애 시인 / 네일 아트 외 1편 (0) | 2022.09.29 |
조혜경 시인 / 백석동 외 2편 (0) | 2022.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