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정 시인 / 자전거 체인 소리 그 아이는 두 발 자전거를 탄다 발이 잘 닿지 않는 페달을 밟으며 몸이 쏠리며 삐뚤삐뚤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바퀴살을 돌린다 아이는 쌩쌩 자전거를 잘 탈 수 있는 날을 당기며 자신의 중심을 향해 달려간다 아슬아슬 끝없이 멀어지는 아이의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 나는 체인 소리가 참 좋다 나는 그 아이만 볼 때도 있다 아이가 굴리고 가는 바퀴살만 볼 때도 있다 짐칸에 앉아 아버지의 허리를 껴안던 아이 고정시킨 자전거를 타고 페달 밟는 연습을 하던 그 길을 가르며 다시 자신의 중심을 향해 돌아올 아이 어제는 자전거 의자의 빗물을 손으로 쓱 훑어내며 서 있었다 나는 그 아이가 비에 젖지 않게 얼른 방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맨몸으로 부딪히는 모든 것들은 불안해, 걱정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 늦은 시간까지 아이의 우산이 씌워져 있던 자전거 빗속을 자전거와 함께 한참을 서 있던 그 아이가 굴리고 가는 맨발의 체인 소리가 참 좋다 아이가 지나간 뒤 한동안 몸 흔들고 있는 강아지풀 떨리지 않고 흐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강미정 시인 / 기다림 어떤 굴곡진 마음이 저 황금벌판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밥은 잘 먹고 댕기냐? 어디 아픈 데는 없냐? 저녁밥 지으려고 쌀통에서 쌀 내리는 소리 같은 바람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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