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관 시인 / 관계에 대한 묵상 쇳물은 맹물이 닿으면 펄쩍펄쩍 뛴다 싫다는 몸짓이다 단속이 해법이다 칼을 겨누던 말과 불을 지피던 말이 서로 껴안고 울 때 꽃은 핀다 눈물은 마음속 바다가 폭풍으로 흘러넘치는 잉여다 억지로 뽑아내는 양수기는 다 연극이다 새봄, 모든 것을 재로 본다는 새봄 공간이 공간을 열고 들어간다 잎들은 이 공명의 발화라고 감히 발성한다 마찰이 있어야 모난 곳도 뭉그러지므로 외눈박이 태풍이 돌진한다 들쭉날쭉했던 열 균형이 온순 해지겠다 적당한 거리는 태양이 가르친다 데워도 보고 얼려도 보고 잠시 식혀도 본다 이 모든 일은 무한궤도로 간격 유지한다 우리는 그 은유를 매일 지나간다 인류가 아무리 용천을 해도 모든 뿌리와 잎맥은 강줄기를 닮는다 - 변방』 33집, 2018년
장상관 시인 / 못 1 장도리 앞에서는 절대 대가리 디밀지 마라 못 해 못 해, 기를 쓰고 해봐 결국 못은 뽑히고 말지 2 아무리 조심히 뽑아도 휘어지지 않는 못이 없고 휘어지는 만큼 자국이 남았다 나무 가슴에 탕탕 쳐댔던 혓바닥질 뽑아주길 애타게 기다리는 그러다 제 주먹으로 더 깊이 박게 했던 못 엑스레이로 볼 수도 없어 오직 체온으로 녹일 수밖에 없다 침 바른 못은 잘 안 빠진다는 걸 알면서 억지로 뽑다 더 찢어진 구멍 뜨거운 물을 붓고 아무리 주물러도 메우지 못했다 3 구름노루가 노는 백록담은 못을 뽑은 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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