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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상관 시인 / 관계에 대한 묵상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7.

장상관 시인 / 관계에 대한 묵상

 

 

쇳물은 맹물이 닿으면 펄쩍펄쩍 뛴다

싫다는 몸짓이다 단속이 해법이다

 

칼을 겨누던 말과

불을 지피던 말이

서로 껴안고 울 때

꽃은 핀다

 

눈물은 마음속 바다가 폭풍으로 흘러넘치는 잉여다

억지로 뽑아내는 양수기는 다 연극이다

 

새봄, 모든 것을 재로 본다는 새봄

공간이 공간을 열고 들어간다

잎들은 이 공명의 발화라고 감히 발성한다

 

마찰이 있어야 모난 곳도 뭉그러지므로

외눈박이 태풍이 돌진한다

들쭉날쭉했던 열 균형이 온순 해지겠다

 

적당한 거리는 태양이 가르친다

데워도 보고

얼려도 보고

잠시 식혀도 본다

이 모든 일은 무한궤도로 간격 유지한다

우리는 그 은유를 매일 지나간다

 

인류가 아무리 용천을 해도

모든 뿌리와 잎맥은 강줄기를 닮는다

 

- 변방33, 2018

 

 


 

 

장상관 시인 /

 

 

1

장도리 앞에서는 절대

대가리 디밀지 마라

못 해 못 해, 기를 쓰고 해봐

결국 못은 뽑히고 말지

 

2

아무리 조심히 뽑아도

휘어지지 않는 못이 없고

휘어지는 만큼 자국이 남았다

나무 가슴에

탕탕 쳐댔던 혓바닥질

뽑아주길 애타게 기다리는

그러다 제 주먹으로 더 깊이 박게 했던 못

엑스레이로 볼 수도 없어

오직 체온으로 녹일 수밖에 없다

침 바른 못은 잘 안 빠진다는 걸 알면서

억지로 뽑다 더 찢어진 구멍

뜨거운 물을 붓고 아무리 주물러도

메우지 못했다

 

3

구름노루가 노는

백록담은 못을 뽑은 자국이다

 

 


 

장상관 시인

1957년 경남 창녕 출생. 2008문학 · 을 통해 등단. 현재 시산맥 시회 회원, 영남시 동인, 시와문학 동인, 시나위 문학 동인. 울산 작가회의 회원. 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 근무. 변방동인으로 활동. 시집 (시산맥사)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