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춘희 시인 / 즐거운 산책자
맨발로 숲을 걸었지 뽀송뽀송한 흙 아래 땅강아지 발바닥 간질거렸어 나무들 큰 키 구부려 머리 위에 고운 나뭇잎 떨궈 주었어 작은 아기다람쥐 꼬리를 올려 반갑다는 시늉을 했어 이름 모를 보라색 꽃 발 딛는 곳마다 환한 등불 달아 주었지 무거운 신발은 잊기로 했어 물소리 바람소리 죄다 따라와 귀 씻어주는 숲길 여기서는 누구나 즐거운 산책자라네
- 시집 <늑대의 발톱> 현대시
최춘희 시인 / 코끼리새를 알고 있다
잠들지 못하는 밤마다 지구 밖으로 외출 하였다
딱딱한 퇴적층을 뚫고 우주 저 멀리 날아갔다
수술대 위에 누워 전신마취 당한 한 여자를 알고 있다 그 여자는 고도비만이다
마다가스카르 섬에 살았다는 날개가 있어도 너무 무거워 날지 못한 거대한 새의 유전인자가 그녀의 몸에 바코드로 찍혀있다
300만 년 전에 멸종된 알리바이를 찾아 오늘밤도 부재 중 이다
어둠의 신화가 입 벌린 그곳에 블랙홀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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