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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명기 시인(속초) / 등이 가렵다

by 파스칼바이런 2022. 12. 9.

김명기 시인(속초) / 등이 가렵다

 

 

버림과 비어 있음의 경계선은 어디쯤일까

 

요즘은 자꾸 등이 가렵다

뒤꿈치 치켜들고 몸을 비틀며

어깨 너머 허리 너머 아무리 손을 뻗어

뒤틀린 생각만 가려움에 묻어 손끝에 돋아난다

 

나와 내 몸 사이에도

이렇듯 한 치 아득한 장벽이 있다는 것이

두렵고 신비스럽다

 

빛과 어둠,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 정수리 어디쯤

죽음에 이르러야 열리는 문이 외롭게 버티고 있는 것 같고

때론 소슬바람에도 쉬 무너질 것 같은 그 무엇이

내 안 어딘가 덜컹거리고 있다.

 

등이 가려울 때마다

등줄기 너머 보이지 않는 길들이 그립다

 

-시집 <등이 가렸다>

 

 


 

김명기 시인(속초)

강원도 속초에서 출생. 1991년 《문학과지역》 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등이 가렵다』가 있음. 1992년 『문학세계』 신인상. 현재 〈빈터〉 동인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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