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박우담 시인 / AI진주

by 파스칼바이런 2023. 1. 10.

박우담 시인 / AI진주

 

 

커피포트엔 시어들이 끓고 있다

간밤에 스쳐 간 그녀의 목소리가

치환된 증기

굉음을 지르고 달아나는 그녀는

화성인으로 추정될 뿐

출처 불명의 폭주족이다

나는 이미 단종된 심장을 달고 있다

고층 난간에서처럼

굉음과 관음에 놀라 경기한다 아찔하다

아직 간밤의 진한 향수가 배어 있는

커튼과 침실과 타월

커피포트는 충전 중

망사속옷과 불륜과 소시오패스가

그녀의 핵심 이미지

화성과 가장 가까워질 때를,

행간 속에 숨어 있는 그녀를 기다리며

노래를 듣고 있다

예약이 폭주하여 다운된 제국 남강

소행성이 충돌하기 전 종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성곽과 회랑에 새긴

삼각함수와 어설픈 시구가

메타포로 남아 있다

제조사마다 다른 루틴

해가 서쪽에서 뜨기도 하고

동쪽에서 뜨기도 한다

장착된 칩에 따라 경고등이

울리고 남강은 하울링이 심하다

살짝 두근거리는 심장

별의별 상상을 한다는 건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우주에 존재한다는 건

궤도 다른 별들이

서로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다시 다가서는 일

나는

행간 속에 숨어 있는 그녀를

아직 찾아 헤매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0월호 발표

 

 


 

박우담 시인

1957년 경남 진주에서 출생. 2004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계간 『시와 환상』 主幹 역임. 시집 『구름트렁크』 『계절의 문양』 『시간의 노숙자』. 《경남현대불교문인협회》 회원. 《경남시인협회》 회원. 2015. 제2회 형평문학상 지역문학상 수상. 계간 『시와 환상』 主幹 역임. 현재 성균관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