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숙 시인 / 연어
당신에게는 은빛 갈기보다 더 빛나는 지느러미가 있다 아침 물살을 가르며 아무르강 연안까지 다녀오곤 한다 kissing kissing 어느 별에서 온 외계인이 떠도는 물풀들에게 보내는 간교한 입맞춤 손끝이 혀끝이 만들어낸 황홀한 갑골의 언어 사랑은 감동이자향료이며 맵디매운 기호라 했나 그 자체며 소리이며 현상이라 불러도 될까 늘 먼 곳을 꿈꾸는 산란散亂한 산란産卵이여 오늘 기꺼이 생명의 밭이 되어 지친 지느러미의 회귀를 기다리는 남대천 모천이 되리 연한 단청빛으로 가을 끝물 들이고 종일 서성이리 그대 슬픈 산란을 죽도록 그리워하리
유현숙 시인 / 의자
풀들이 누우며 말라 갑니다 외진 강가에서 의자가 저뭅니다 앞강 물 밑바닥에 꿈은 낮은 그림자로 잠겨 있고
의자는 산 그림자에 기대고 많은 날을 혼자 저뭅니다 사람을 생각합니다 지친 누군가가 등을 누이는 능금빛 은유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 등에 손을 얹습니다 의자는 등을 돌려 나를 바라봅니다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물속에 기다리는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저녁에는 마루 끝에 등불을 내다 겁니다 심지를 낮추는 손마디가 굵고 거칠어졌습니다
저무는 강가에서 빈 의자가 젖습니다 기다리는 일은 기울며 젖는 일인 줄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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