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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현숙 시인 / 연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1. 11.

유현숙 시인 / 연어

 

 

당신에게는

은빛 갈기보다 더 빛나는 지느러미가 있다

아침 물살을 가르며 아무르강 연안까지 다녀오곤 한다

kissing kissing

어느 별에서 온 외계인이

떠도는 물풀들에게 보내는 간교한 입맞춤

손끝이 혀끝이 만들어낸 황홀한 갑골의 언어

사랑은 감동이자향료이며 맵디매운 기호라 했나

그 자체며 소리이며 현상이라 불러도 될까

늘 먼 곳을 꿈꾸는

산란散亂한 산란産卵이여

오늘 기꺼이 생명의 밭이 되어

지친 지느러미의 회귀를 기다리는 남대천 모천이 되리

연한 단청빛으로 가을 끝물 들이고

종일 서성이리

그대 슬픈 산란을 죽도록 그리워하리

 

 


 

 

유현숙 시인 / 의자

 

풀들이 누우며 말라 갑니다

외진 강가에서 의자가 저뭅니다

앞강 물 밑바닥에

꿈은 낮은 그림자로 잠겨 있고

 

의자는 산 그림자에 기대고 많은 날을 혼자 저뭅니다

사람을 생각합니다

지친 누군가가 등을 누이는

능금빛 은유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 등에 손을 얹습니다

의자는 등을 돌려 나를 바라봅니다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물속에

기다리는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저녁에는 마루 끝에 등불을 내다 겁니다

심지를 낮추는 손마디가 굵고 거칠어졌습니다

 

저무는 강가에서

빈 의자가 젖습니다

기다리는 일은

기울며 젖는 일인 줄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유현숙 시인

1958년 경남 거창 출생. 2001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과 2003년 《문학 선》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서해와 동침하다』 『외치의 혀』 『몹시』.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제10회 〈미네르바작품상〉을 수상. 온시 동인.  시산맥회원,